파이널 판타지 10 엔딩까지 클리어 by Sakiel


플투시절에 게임을 해본 아재들이라면 다들 알만한 파판10을 15년만에....엔딩을 봤습니다.


파판10은 애초에 국내 로컬라이징이 제대로 안 된 물건이라 일본어를 모르던 시절엔 그나마 인터판으로나 띄엄띄엄 할 수 있었죠. 사실 파판10을 지배하는 전체적인 감성 자체가 일본의 감성이라 영어로는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하지만 인터든 일판이든 막 고딩을 졸업한 저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물건이었고 공략보며 좀 진행해 보다 이건 아닌거 같아 다시 팔았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렇지만 파판 10이라는 물건 자체가 그당시에는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물건이었죠. 역대급 히로인인 유우나, 이수영이 부른 최강 OST, 플투 최강의 그래픽...그래픽은 지금 보면 좀 어색하지만 주인공들 얼굴 텍스쳐는 지금봐도 꽤 공들였다는게 느껴지고, 시네마틱 또한 지금 봐도 괜찮은 부분이 많죠.

스토리에 관해서는 정보량이 적은 그 당시에 제대로 듣지 못했던 터라 지금까지 뭐...그당시 기준으로 그래픽 존나 쩌는 그런 평범한 게임 아니었나? 라고 생각했는데 스토리가 이정도로 퀄리티가 높을 줄이야.




스토리의 시작은 보이 밋츠 걸의 평범한 시작요소였는데 스토리가 점점 진행되어 가면서 나선형 구조를 완성해 가고 나중엔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장대한 엔딩을 맞게 되는 흐름인데, 각 스토리를 지탱하는 요소들이 밸런스있게 적절히 쌓여서 밀도가 아주 좋습니다.

쓰나미를 기저에 둔 일본 특유의 허무주의 감성, 그 와중 산 제물으로서의 길을 향하는 (반쯤 휩쓸려 끌려가는) 유우나, 아버지에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아들, 유우나와 티다의 로맨스, 과거에 묶여 번민하는 아론 등... 스토리를 구성하는 큰 기조가 여러개 있고 그 기조들이 '신'을 이기고 쓰러뜨림으로서 완성되는 스토리는 감동적이고 깔끔합니다.

일본에서 쓰나미나 자연재해를 다루는 소설들을 보면 꽤 어둡고 허무스러운 분위기에서 많이 진행되는 편이죠. 그만큼 일본의 입장에서 자연재해들은 이길 수 없이 되풀이되는 역병신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고. 기계 문명을 경계하고 자연을 강조하는 소위 '에코'란 철학(물론 일본에선 뭔가 좀 변형돼서 쓰이고 있지만)까지 생각해보면 게임임에도 정말 많은 사회적 요소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족간의 반목이나 기득권, 혁명가 등으로 대표되는 에본과 토벌대의 미묘한 관계도 꽤나 섬세하고요.

허나 그런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서정성 자체가 희망적이고 아름다운 편이라 밸런스가 많이 좋았습니다. 암울하지만 내내 암울하진 않고 오히려 밝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처음엔 유우나의 희생으로 시작했던 스토리지만 결국 티다가 희생이 됩니다. 그렇지만 두 주인공의 희생은 본질 자체가 다르죠. 유우나는 의무감이나 사회적 강요에 가까운 희생이고 결국 아무것도 구하지 못하는 기만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희생, 예컨대 현실에서의 아무 의미없는 산 제물이고 티다의 희생은 그런 어쩔 수 없는 희생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길을 선택한 달관의 희생입니다. 그렇기에 이 아이러니한 구도는 더욱 극적이고 티다 또한 자기 운명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사라지죠.




티다와 젝트의 재회와 이별은 어느 측면에선 진부하지만 동시에 아주 감동적입니다. 고전 설화에서도 많이 차용되는 플롯이기도 하고... 젝트가 걸어간 길을 밟으며 아버지에 대해 이해해가는 아들, 그 길을 밟으며 아들을 생각하고 자신의 일을 다하려하는 젝트는 가장을 생각하게 하죠. 결국 젝트를 죽게 만드는 티다지만 그건 패륜이 아니라 아버지에게 가진 컴플렉스를 해소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결말이 가장 감동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에피소드들은 캐릭터들 간의 관계 혹은 사회적 관계로 이루어진 반면에 아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만의 길을 걷습니다. 자신이 가진 신념에 반했던 결말에 절망하지만 동시에 그 신념을 이룰 수 있는 조력자가 되려고 결심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결말을 받아들이죠. 물론 시작은 젝트와의 약속이었지만 그 이상으로 아론은 스피라를 구원하려 했기에 더욱 강인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구시대를 대표하는 고지식한 아론이었기에 다음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유우나에게 너희들의 시대를 열라고 말한 거겠죠.



보이밋걸 스토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저입니다만 이 엔딩에는 눈물이 날 수 밖에... 게임의 강점이 이런 거죠. 컷씬과 시네마틱을 풍성하게 넣어줄 수 있기 때문에 캐릭터간의 이야기를 길게 끌고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둘 간의 감정 또한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어색함 없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티다 또한 비호감형 캐릭터였지만 달관한 모습으로 인해 유우나에게 좀 더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특히 둘 간에 사랑한다는 그런 직접적인 메시지 없이 표정과 행동만으로 로맨스를 표현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개뜬금없이 사랑해부터 튀어나오는 최근 서브컬쳐들은 반성해야 되는 부분



극 내내 지겹도록 본 시모어지만 얘는 깊이가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회상 한컷으로 때우기엔 너무 행동이 극단적이에요.

브금 또한 좋았습니다. 특히 '얼마나 좋을까'를 어레인지한 각종 브금이라던가...사실 브금 자체도 한두개를 어레인지한 게 꽤 많음에도 장면과 사운드의 합치가 좋은 편이라 뭐 하나 안 어울리는게 없어요. 엔딩 부근에서 더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브금의 역할이 큰 듯.

얼마나 좋을까 라는 곡 자체는 워낙에 유명하기도 했고 그당시 이수영이라면 죽고 못사는 친구들도 많았고 저도 엠피쓰리에 많이 넣고 다녀서 클라이맥스 부분의 가사는 다 기억하고 있는 편이고 일본판도 거의 비슷하더라구요. 그 가사는 첨에 들을땐 걍 가사 좋다~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곱씹어 보니까 엔딩의 내용에 가장 어울리는 가사였다 카드라. 구 자나르칸드를 뜻하는 당신의 꿈 속에 가보고 싶다거나 함께 손잡고 갈 수 있다면이라던가...그냥 들어도 물론 좋은 노래지만 파판10의 스토리를 다 알고 엔딩까지 본 후에 들으면 감회가 전혀 달라지는 새로움이 놀랍습니다. 성공적인 OST란 건 이런 걸 뜻하는 거겠죠.


오프닝 또한 처음 볼때와 스토리를 진행하며 다시 볼때의 느낌이 아주아주아주 달라진다는 것도 재밌는 부분이죠. 이런 디테일이 명작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스퀘에니가 얼마나 이 게임에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인 듯.





아주 좋았습니다.



스토리는 더할 나위 없었고, 브금은 완벽했으며 전투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그 당시 기준으로) 보스전도 패턴이 다양하고 공략법도 풍부해서 재밌었고 숨겨진 요소도 많고.

근데 뭐 엔딩 부근에선 치트쓰고 깼어요. 숨겨진 요소랍시고 있는 칠요는 개막장 난이도를 자랑하는 초코보때매 걍 포기했고 후반 몹인플레가 장난아니라...아니 뭔 피 2천몹이나 피 4만몹이나 경험치가 비슷하냐고. 공략 난이도도 차원이 다른데. 야리코미 플레이는 걍 포기하고 밀었습니다.

그놈의 초코보...초코보 새끼만 아니었어도...이 시발거...트레이너 있다는데 치트 다 쓰고 쓰면 또 뭐하나.싶어서 이젠 안하려구요.

10-2를 하고있는데 이건 머 겜 전투가 완전 망이네요. ATB를 제대로 못쓴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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